
퀀트 스코어카드로 개별 주식 스크리닝 실전 – 감으로 고르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1. 주식, 감으로 고르시나요?
주식 시장에 막 입문했을 때 저는 ‘감’으로 투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뉴스에 많이 나오는 종목이면 더 관심이 갔고,
친구가 좋다고 하면 따라 샀으며,
차트가 예뻐 보이면 괜히 설렜죠.
하지만 그런 감각은 종종 한계에 부딪혔고,
언젠가부터 저는 차갑고도 논리적인 무언가를 갈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알게 된 개념이 바로 퀀트 투자(Quantitative Investing)였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왔던 도구는 바로 ‘퀀트 스코어카드’였습니다.
데이터로 종목을 평가하고, 숫자로 투자의 논리를 정리해주는 이 도구는
제가 감에 기대던 투자 습관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퀀트 스코어카드를 어떻게 활용해 개별 종목을 실전에서 스크리닝하고,
최종적으로 투자의 기준으로 삼았는지 그 경험을 풀어보려 합니다.
2. 퀀트 스코어카드란 무엇인가요?
퀀트 스코어카드라는 말이 생소하실 수도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재무 지표,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밸류에이션 등 다양한 지표를 점수화한 투자 분석 툴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PER(주가수익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부채비율, 매출성장률 등
하나하나 따로 보면 좋은데, 막상 한꺼번에 종합하려 하면 복잡해지죠.
퀀트 스코어카드는 이 복잡한 지표들을 하나의 기준표로 정리해 종목을 ‘점수’로 비교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즉, 투자의 감을 줄이고 판단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도구인 셈이죠.
저는 이 스코어카드를 통해 종목을 스크리닝하는 과정을 거치며
단순한 관심 종목 추리기 이상의 결과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3. 실전 스크리닝,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엑셀 시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주식 스크리닝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300여 개 종목을 내려받고,
기본적인 재무 지표를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죠.
제가 사용한 첫 번째 스코어카드는 총 5개 항목이었습니다.
- 수익성 지표 (ROE, ROA)
- 성장성 지표 (매출 증가율, EPS 증가율)
- 안정성 지표 (부채비율, 유동비율)
- 밸류에이션 (PER, PBR)
- 모멘텀 (최근 3개월 주가 상승률)
각 항목에 대해 상위 20%에 속한 종목에 2점,
중위 60%는 1점,
하위 20%는 0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습니다.
모든 점수를 합산하면 종목별로 총점 10점 만점의 스코어카드가 완성됩니다.
이 스코어를 기반으로 상위 10개 종목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스크리닝을 반복했고, 그 중 몇몇 종목은 포트폴리오에 직접 편입했습니다.
4. 실제로 점수 높은 종목은 어땠냐고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의외로 ‘생소한 종목’들이 상위권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시장에서 핫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부채가 적으며,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은 그런 회사들 말이죠.
예를 들어, 한 중소형 IT 부품업체가 있었는데,
이 회사는 ROE가 20%에 가까웠고,
3년 연속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였습니다.
PER은 업계 평균보다 낮았고,
부채비율도 50% 이하로 매우 안정적이었죠.
이 회사는 뉴스에 잘 등장하지도 않았고,
증권사 리포트도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수로는 당당히 상위권에 올라와 있었고,
저는 이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결과요?
6개월 보유 후 약 40% 수익을 올렸습니다.
물론 모든 고득점 종목이 이런 결과를 준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스코어 상위 종목은 하위 종목보다 월등히 안정적이고 수익률도 우수했습니다.
5. 이 방식의 장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퀀트 투자나 스코어카드 방식에 대해
“그거 너무 기계적인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물론 숫자로만 판단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숫자가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판단을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나 루머에 휘둘리지 않고,
숫자로 확인하고 점수로 비교하면서
투자의 기준을 나만의 틀로 세워나가는 경험.
그건 단순히 투자 수익을 떠나서
‘판단력’ 자체를 키워주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포트폴리오 전체를 구성할 때
비슷한 점수대의 종목으로 균형을 맞추는 데
이 스코어카드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6. 단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 가능해요
물론 완벽한 방식은 아닙니다.
퀀트 스코어카드는 정량적 분석만 다루기 때문에
정성적인 요소, 예컨대 경영진의 역량이나 시장 트렌드 같은 부분은 반영하지 못합니다.
또한 ‘현재 시점’ 기준의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후 전망에 대한 반영이 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은 다음과 같이 보완할 수 있습니다.
- 상위 점수 종목에 대해서는 추가 리서치와 뉴스 검색을 병행
- 스코어 기준을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하여 최근 흐름 반영
- 섹터별 특성에 맞춰 지표 가중치 조정
- 정성적 판단과 결합하여 보완 투자 전략 수립
이런 보완 전략을 적용하면 퀀트 스코어카드는 훨씬 강력한 투자 도구가 됩니다.
7. 마무리하며 – 투자 기준이 흔들릴 때, 스코어카드는 버팀목이 된다
투자를 하다 보면 ‘왜 이 종목을 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죠.
“나는 과연 기준을 갖고 투자하고 있는가?”
퀀트 스코어카드는 이 질문에 가장 명쾌한 답을 줍니다.
숫자라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내가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그리고 이런 투자가 반복되면
감에 의존하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논리적이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시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준 있는 투자자가 살아남습니다.
그 기준을 만들어주는 도구로서
저는 지금도 퀀트 스코어카드를 옆에 두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