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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IPO 투자 후기 – 진짜 할만했을까?

1. 기술 테마 IPO, 솔직히 좀 의심스러웠습니다

투자 생활을 좀 하다 보면, IPO(기업공개)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도 이젠 슬슬 무뎌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엔 공모주 청약 뜨기만 하면 무조건 들어가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 기업, 진짜 상장할 자격 있나?”부터 먼저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띈 뉴스 한 줄.
“국내 최초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코스닥 상장 확정.”

처음엔 그냥 넘기려다 다시 돌아봤습니다.
블록체인이야 이미 식상한 키워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인프라 기업”이라는 표현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신뢰감이 느껴졌거든요.
거기다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니 이 회사는 단순히 코인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에서부터 지탱하는 기술을 공급하는 곳이더라고요.

여기서부터 제 호기심은 진심으로 바뀌었습니다.

2. 왜 이 기업이 눈에 들어왔는지, 다시 곱씹어 보자면

블록체인은 결국 네트워크입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굴러가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인프라죠.
누군가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면,
그 밑에서 API를 제공해주고, 데이터를 처리해주고, 노드를 연결해주는 기업들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눈여겨본 회사는 바로 이 ‘인프라’ 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블록체인 업계의 전기·수도·가스”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이었죠.
실제 비즈니스 구조를 보니,
플랫폼 기업, 금융사, 게임사 등에서 이 회사의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었고,
매출 비중도 꽤나 분산돼 있었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회사가 이미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는 점.
단순히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API, SDK, 노드 서비스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에도 공급하고 있었죠.

그걸 보고 나서야, “아 이건 한번 걸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청약 당일, 경쟁률을 보며 느꼈던 묘한 확신

IPO 청약은 몇 번 해봤지만, 항상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법이죠.
그래도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꽤 높았고,
무엇보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보통 기관들은 상장하자마자 주식 팔아버릴 생각을 하고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우린 오래 들고 가겠어요”라는 기관들의 응답이 많았던 겁니다.

게다가 이 회사는 공모가를 그렇게 높게 잡지 않았습니다.
이익 대비 밸류에이션도 비교적 정직했고,
최근 실적 성장률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었죠.

결국 저는 균등배정과 비례 청약을 적당히 섞어서 참여했습니다.
금액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제 마음 속 기대감은 슬슬 커져가고 있었죠.

4. 상장 첫날, 모든 게 정답처럼 느껴졌던 10분

상장 당일, 증권 앱을 켜고 거래 시작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정각,
호가창이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저는 이미 확신을 가졌습니다.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살짝 위에서 출발했는데,
몇 분 지나자 매수세가 붙으면서 빠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10%,
그리고 +20%,
결국 장중 최고가는 공모가 대비 90% 이상 상승한 수준까지 찍었고
종가는 그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바로 익절합니다.
“한탕 잘했다!” 하고 빠져나가죠.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팔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테마주가 아니라
기술 기반의 실체 있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5. 상장 후 흐름은 어땠느냐고요?

보통 기술주 IPO는 상장 첫날이 끝이고,
그 다음부턴 하락의 연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첫 주엔 조정이 있었지만,
2주 후 첫 공시를 통해 신규 파트너사와의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졌고,
그때부터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개월 이상 보유하면서 흐름을 지켜봤고,
중간중간 물타기도 조금 했습니다.
그 결과,
약 3개월 보유 후 110% 정도의 수익률로 매도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다시 돌아봐도 제 결정엔 근거가 있었다고 느낍니다.

6. 얻은 교훈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이 경험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IPO도 결국 ‘내용을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수익이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회사인지도 모르고,
그저 청약 경쟁률이나 테마만 보고 덤비면
짧은 순간 오를 수는 있어도 결국은 ‘운빨 투자’에 그치고 맙니다.

하지만 구조를 이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뜯어보고,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검토한 뒤 내린 결정은
비교적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라는 단어에만 현혹되지 않고
‘인프라’라는 키워드를 눈여겨본 것이 이번 투자의 핵심이었습니다.

7. 마무리하며 – 기술주는 떠오를 때보다, 뿌리를 볼 때 투자하라

블록체인 산업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누군가는 NFT가 망했다 하고,
누군가는 Web3가 유행이 끝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흐름은 결국 ‘기술’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술의 기초가 되는 인프라 레이어를 책임지는 기업이야말로
불황에도 살아남고, 호황 때 더 크게 성장하는 존재죠.

이번 IPO 투자 경험은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통찰’과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가 결합될 때
투자에서 진짜 성과가 나온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습니다.

다음번에도 비슷한 기업이 등장한다면?
저는 아마,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일찍,
그 기업의 구조를 먼저 살펴보려 할 겁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면, 투자 버튼을 다시 누르겠죠.
이번처럼, 확신이 들었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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